누구도 평범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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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SW회사엔 Technical career path가 없다.

Hue Kim 2012. 6. 29. 15:26

우리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큰 걸림돌이 있다.

“Technical career path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이 말이 바로 무슨 뜻인지 제대로 와 닺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일을 열심이 해도 개발자로서 위로 올라갈 위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팀장도 되고, 관리자도 되는 등 개발직이 아닌 다른 직종으로 점점 옮겨가게 된다. 이렇게 다른 업무를 하게 되면서 기술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도 개발 역량은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는 Technical track과 Management track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두 Track은 완전히 다른 것이고 서로 잘 호환 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회사의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하면서 “Technical career path”가 제대로 있는 회사를 거의 접하지 못했다. “Technical career path”가 제대로 있다고 하면 개발자들이 CTO급, 이사급까지 차례대로 거쳐 올라갈 수 있는 단계가 정의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중에서 개발자가 고참이 되면 팀장이 되고 여러 개발자를 거느리고 나중에 부서장이 되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개발자는 개발을 잘하는 것이고, 관리자는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자는 개발을, 관리자는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평적인 미국의 조직구조에 비해서 수직적인 우리나라 조직구조에서는 개발자들조차도 고참이 되면 관리자가 되어 개발자들을 거느리고 싶어 한다. 그래야 조직 내에서 파워도 생기고 여태 일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개발자의 탓이 아니고 “Technical career path”가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되지 않고서는 파워를 가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Technical leading과는 다르다. 점점 일반 관리자화 되어 가는 것이다.

“Technical career path”가 보장된 회사에서 엔지니어들은 관리적인 파워가 아닌 기술적인 파워를 갖는다. 회사의 기술적인 결정에 대한 파워를 가지고 신참 엔지니어에게서는 기술적인 존경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연봉도 “관리자 Path”보다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채용을 할 때는 엔지니어와 매니저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다. 엔지니어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엔지니어다. 엔지니어들은 HR(Human Resource)이슈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제 그런 이슈를 신경 쓰고 개발할 시간이 있겠는가? 누가 아프고, 휴가가야 하고, 엔지니어 새로 채용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신경 쓰고는 개발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인 이슈와 개발에 필요한 비즈니스 이슈만 신경 쓴다. 사람 다루고 평가하고 하는 귀찮은 일들은 관리자 트랙에 있는 사람들이 해준다.

 

외국의 컨퍼런스에 가보면 할아버지 엔지니어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겉모습은 할아버지이지만 최신 기술동향 다 아는, 진짜 엔지니어들이다.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정말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고참 개발자들이다. 이들을 Chief Engineer, Fellow Engineer, Chief Scientist라고 부르며 회사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할 때도 관리자들을 해고해도 이러한 핵심 개발자들은 손을 못 댄다. 다시 회사가 좋아지면 관리자는 다시 뽑으면 되지만, 이러한 개발자를 다시 키우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실력이 한 10년 일하면 완전히 바닥나는 것도 아니다. 사실 10년 정도까지는 기본 개발은 잘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10년 이상이 되면 시야도 더욱 넓어지고, 회사의 전략적인 결정이나 중요한 아키텍처를 결정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고루 갖추게 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관리자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옛날 직장에서는 “백발이 휘날리도록 개발을 할 수 있는 개발자”를 뽑은 적이 있다. “Technical career path”를 평생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문구에 감동을 받아서 지원한 개발자도 꽤 많았다. 그만큼 많은 개발자들이 관리자로 가기 싫어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것이 개발자 혼자 몸부림 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영자가 “Technical career path”를 보장하는 것이 회사에 왜 이익인지를 깨닫고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만드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직원이 4,5명 이하인 회사에서는 다들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이 조금만 커지면 분명히 “Technical career path”를 명확히해서 회사의 핵심 역량을 지킬 최고의 개발자들을 키워내야 한다.

 

아래 분들은 Software Engineer들이다. 우리도 이런 할아버지 개발자를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환경이 되어야겠다.

[필자소개]
전규현 (gracegyu@gmail.com, http://allofsoftware.net)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인 ABCTech(www.abcswcon.com)의 수석 컨설턴트이다. 연세공대를 졸업하고 15년 간 한글과컴퓨터를 시작으로 안철수연구소에까지 이르면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고 Programming Engineer, Project Leader, Project Manager, CTO 등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다양한 역할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턴트로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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